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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15킬로 미국 보내는 데 성공한 후기
Writer kies800812 Date 2020-05-20 20:18 No.of Views 699

대략 한 달전 미국 미네소타에 있는 동생과 영상통화를 하다가

동생이 유툽를 보고 어찌어찌 김치를 만들었으나

망삘이라며 씁쓸하게 웃는 걸 보니

제 맘 속 깊은데서 무언가 강력한 충동(?)같은 것이 솟구쳤습니다.

 

"너에겐 언니가 있다. 내가 반드시 너와 네 식구들에게 김치를 먹인다."

 

그 때부터 저의 야심찬 '미국에 김치 보내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정보 수집에 돌입했습니다.

 

먼저 어디서 언제 김치를 공수하나.

 

-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옆 아파트 단지에 갓 만들어진 다양한 김치를 파는 장이 열린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불구하고 그 장은 여전히 열리고 있다.

- 그런데 하필이면 마지막 주 화요일은 안 열리는 데 이번 주가 마지막 주다.

- 또 하필이면 그 다음주 화요일은 5월 5일 어린이날이라 또 안열리게 생겼다.

- 그리하여 결국 5월 12일 화요일을 공략한다. 첵.

 

이어 미국으로 김치 보내는 것과 관하여..

 

- 미국에 김치 보내는 것이 금기사항은 아니지만, 김치가 터지면 그대로 그냥 폐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 김치가 터질 경우, 폐기로 인해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이 문제가 아니라 "어글리 코리안"이 되는 게 더 큰 문제다.

- 비행기 내 기압차와 제법 더워진 날씨 덕분에 지금 보내는 김치는 빠른 속도로 숙성되어 터질 가능성이 크다.

- 일부 우체국에 김치를 알루미늄 캔에 대신 포장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5킬로그램에 대략 2만원)

 

이를 바탕으로 드디어 5월 12일 야심찬 프로젝트 실행에 착수합니다.

 

먼저 다이소에 가서 김장 비닐 5팩 (팩당 4장, 1팩에 1천원, 총20장)을 구매합니다.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김치를 판매하는 장으로 향합니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30분 정도 기다립니다.

드디어 김치를 구매합니다.

총각김치 2.5킬로, 무김치 2.5킬로, 백김치 2.5킬로, 열무김치 2.5킬로, 겉절이 2.5킬로, 깍두기 2.5킬로. (이게 다 합해서 4만원인 거 실화?)

들고 집에 가려는데 아차, 이건 제가 집에 들고 갈 수 있는 무게가 아닙니다.

엄니에게 전화해 픽업 요청합니다.

집에 도착해 김치 포장에 돌입합니다.

 

먼저 김치 국물을 최소화합니다.

공기를 최대한 빼줍니다. (진공 상태로 만들어 줍니다.)

그 상태에서 움켜잡는 부분을 움켜쥔 채로 쭉 잡아올린 후 튼튼히 매듭을 짓습니다.

(김치가 익어가며 공기를 배출해 안이 부풀어 오를 것을 대비하는 차원.)

 

그 후 마른 수건(또는 키친 타월)로 돌돌 말아줍니다.

(김치가 새더라도 이것들이 1차로 강력하게 습기를 흡수해서 피해를 최소화합니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김장 비닐에 담습니다.

공기를 최대한 빼주고 움켜잡는 부분을 움켜쥔 채로 쭉 잡아올린 후 튼튼히 매듭을 짓습니다.

 

또 다이소에서 구매한 다른 김장 비닐에 담습니다.

공기를 최대한 빼주고 움켜잡는 부분을 움켜쥔 채로 쭉 잡아올린 후 튼튼히 매듭을 짓습니다.

 

5가지 종류의 김치를 각각 위의 방법으로 따로따로 포장 완료합니다.

 

5묶음을 커다란 김장 비닐에 한꺼번에 담습니다.

공기를 최대한 빼주고 움켜잡는 부분을 움켜쥔 채로 쭉 잡아올린 후 튼튼히 매듭을 짓습니다.

 

또 다이소에서 구매한 또 다른 김장 비닐에 담습니다.

공기를 최대한 빼주고 움켜잡는 부분을 움켜쥔 채로 쭉 잡아올린 후 튼튼히 매듭을 짓습니다.

 

5겹 포장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김치 배송대행 접수를 합니다.

 

우체국 ems는

시국이 시국인지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김치 배송은 시간이 관건입니다!

 

예전에 이용한 적이 있는

티오난사 이용을 결정합니다.

 

dhl로 배송대행을 해주는 곳인데

무슨 연유에선지

ems보다 가격이 저렴하니

참 의아한 곳입니다.

 

티오난사 이용 시 문제점은 딱 두가지입니다.

 

1. 불안정한 웹싸이트 서버. (휴대폰으로 접수하다 환장하는 줄.)

2. 티오난사까지 물품이 도착하는데 시간이 하루 넘게 걸릴 수 있음.

 

그 밖에는 다 좋습니다.

 

ems보다 더 저렴한데

ems보다 더 신속하게 배송됩니다.

 

티오난사 웹싸이트에서 접수를 완료한 후

김치 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라

저와 엄니는

경기도 수원에 소재한 티오난사 본사로

직접 물품을 전달하기로 합니다.

 

 

황급히 출발합니다.

퇴근 러쉬아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6시10분 드디어 본사에 도착합니다.

문이 잠겨 있습니다.

다급한 맘에 문을 두드립니다.

 

잠시 후 직원 한분이 나오십니다.

저자세 모드..

 

저기요.. 이게 김치가 15킬로라 정말 급하거든요..

정말 죄송한데 오늘 접수해주심 안될까요?

 

다행히 직원 분이 상황이 파악되신 거 같습니다.

원래 안되는 데 해주겠다고 하십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6시50분경 드디어 결제 요청하는 문자를 받습니다.

 

15.5킬로 164,000원이 나왔는데

신규가입고객 쿠폰을 사용해

157,000원을 황급히 결제합니다.

 

하루종일 어찌나 긴장을 했던지

멘탈이 너덜너덜해지는 게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다 이루었다.. 다 이루었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집에 들어옵니다.

 

한국 시간 12일 접수한 김치는 13일 바로 비행기를 탔고

신시내티에서 통관 후

미국 시간 15일 오후 3시경 미네소타 동생네 집 앞에 떨어졌습니다.

 

새벽에 계속 진행상황을 알리는 문자를 받습니다.

역쉬 dhl. 아 도이치..

 

김치는 많이 숙성되었지만

터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수건에서 국물 냄새가 약간 나기는 하다네요.

 

아참, 열무김치는 보내지 마세요.

숙성되면 맛이 없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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